설거지


빨래, 설거지, 청소..
우리집 집안일의 99.99%는 엄마께서 하신다.

몇 달 전부터 이따금씩 내가 설거지를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엄마의 암묵적인 강제가 아니요,
문득 스쳤던 이 생각 때문이었다.

'엄마도 설거지 하기 싫을 때가 있지 않을까?'

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주 말했던,
'아, 귀찮아'
'오늘은 진짜 하기 싫다'
엄마한테서는 들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는 엄마께서 분명히 몸이 편찮으신 적이 있었을 텐데도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던 것이다.

죄송함의 눈물을 멈추고
나는 문득 '그렇다면 엄마께서 왜 나에게 집안일을 부탁하지 않으셨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답이 생각 났는데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몰라도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옆을 돌아보니
퇴근 후 TV를 보시면서, 이따금씩 부엌에 와선 '설거지가 건강에 좋은 것이다. 그래서 여자들이 오래산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
'부엌에 무슨 남자냐'라며 반찬 그릇 치우라고 하면 식탁에 올려놓고 가버리는 남동생.
그리고 공부하고 와서 피곤하다며 모르는 척 뒹구는 딸.

어차피 결혼하고 가정을 꾸리면
좋든 싫든 이 '당연한' 꼴 면치 못할 것인데
그래, 지금이라도 실컷 놀아 둬라.. 라는 암묵적인 무언가.

생각해보니
나의 삶도 엄마의 삶과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았다.

남자들이 여자 아이돌 스타에 침 흘리고 있을 때
'나도 언젠가는, 나도 언젠가는!'이라며 공부에 매진하고
교사가 되어 남들 보기에 괜찮은 - 내 입장에선 박진감 없는 그저 그런 남편과 결혼 생활하고
딱히 똑똑하지도 않고 여느 사람들처럼 속터지는 자식 뒷바라지에
퇴근 후 남편은 TV 앞 동상, 나는 밀린 집안일..
내 월급의 50% 이상은 자식 교육비에 털어 넣고도
남은 돈 아까워 가사 도우미는 부르지 않고 악으로 깡으로 버티겠지.   
교실에서 소리지른 대가로 노후 연금은 나오겠지만
그렇게 집안에서 사들어간 나의 삶에 대한 보상은


아무
데도
없다.

아주 짧은 시간에
나는 나의 인생에 대해 이렇게 결론을 보게 된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위에서 크게 바뀔 것 같지 않다. 

여자이기 이전에 엄마이기 때문에
인고가 미덕인 것은
정말 싫다.


지인에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살 바에야
번 돈으로 적당히 놀고 적당히 남자 만나다가
예정대로 37살에 자살하는 게 낫겠어.

by Guy | 2010/03/01 14:14 | 트랙백 | 덧글(1)

매너 좋은 남자


악녀일기에서 (선수인 건 눈에 빤히 보이지만) 정말 매너 좋은 남자가 나왔다.
남산타워에 그렇게 많은 기능(?)들이 있는지 꿈에도 몰랐다.

슬퍼졌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왜 머리나 북북 긁고,
관람 시 입을 다물지 못하며,
데이트 코스는 항상 내가 준비하게 만들고,
자신의 무계획성을 순결한 것인양 합리화 하는지..

미안하게도 나는 속이 너무 좁아서
수많은 연애 서적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남자가 원래 그런 생물이니 이해해라' 식으로 해결하지 못하겠다. 더 이상은.



by Guy | 2010/02/27 17:25 | 트랙백

몰입

아무 부담도 갖지 않고
아무 잡생각도 들지 않고

나조차도 지워버리는
몰입!


항상 오는 것은 아니지만
가고 나서야 행복하다네.

by Guy | 2010/02/08 00:46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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