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목소리

- 지금부터 적는 글은 어제 있었던 일을 어떠한 왜곡됨 없이 적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

 

교정기를 붙이고 휴가 나온 영찬이를 만났다. 계절학기 때문에 매일 보는 사람들을 제쳐두고 역설적으로 6개월만에 보는 영찬이가 교정기를 붙인 내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저녁도 먹고, 카페도 가서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었다. 10시가 좀 넘어서 약속 장소였던 부천에서 출발했다. 11시 경 목동역 도착. 내일 휴가가 끝나 들어간다는 광엽이를 목동역으로 불러 피쉬앤그릴에서 매화수 한 병과 육해공 꼬치를 시켰다.

 

처음 먹은 매화수, 백세주 같을까 불안했었는데 맛있었다. 그런데 영찬이는 싫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치과에 다녀온지라 한 잔의 1/4도 못 먹었다. 하지만 굳이 광엽이는 한 병을 다 비워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 시간 밖에 못 만나 미안했는데 굳이 자기가 돈을 지불해버렸다. 남자란, 뭐지?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사람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내가 눈 마주침을 피하게 된 것이다. 꼭 남자하고 얘기할 때만 그렇다. 내 밑바닥까지 들켜버리는 느낌, 발가벗겨진 느낌. 상대방이 내 불안까지 알아차릴 것만 같은 느낌 때문에. 집에서 혼날 거라고 해도 광엽이는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김영하의 소설을 읽은 후로 술을 마신 남자 혹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 두려워졌고 12시 10분을 조금 넘겨 자리서 일어났다.

 

그 전에, 11시 반 쯤이었던가. 집에 있던, 기운 없는 목소리의 엄마와 통화를 했다. 통화를 마치고 난 광엽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목소리에 힘이 없네, 자다가 일어났나봐. 하하하…"

 

12시 반을 좀 넘겨 귀가했다. 평소 같으면 불호령이 떨어져야 하는데 엄마는 웬일로 반갑게 날 맞아주었다. 아주 조금이지만, 술 마신 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교정기를 하고서 입이 제대로 다물어지지 않는 나를 보고 엄마는 웃었다. 정말 많이 웃었다. 엄마가 고개를 돌렸다. 울기 시작했다. 엄마의 콧등엔 푸르기도 하고 붉기도 한 멍이 들어 있었고, 엄마의 코를 지난 휴지에는 콧물로 바랜 피가 섞여 있었다. 엄마는 말했다. "너희 아빠가 엄마를 때렸다."

 

말다툼과 폭력의 발단은 내 교정비를 송금하는 과정에서 통장 번호를 잘 알지 못했던 엄마가 아빠에게 연락함으로부터 빚어졌다. 통화음이 제대로 들리지 않아 언성을 높였던 엄마는 아빠에게 욕을 얻어 먹었고, 그게 집에 오니 커졌고, 아빠가 폭력을 행사하고 집을 나가버리는 것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건넌방에 동생이 있나 없나는 이미 내 관심 밖이었다. 내 동생은 이미 중재자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렸다.

엄마가 동생을 혼낼 때, 아빠는 엄마에게 혼나는 과거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동생에게 말한다. 반항하라고, 우리 같이 복수하자고. 내가 영찬이와 광엽이를 만났을 때 엄마는 혼자서 남동생과 아버지의 공격을 받았다.

 

아빠의 사정도, 엄마의 사정도 나는 잘 안다. 대화 방식의 문제다. 아빠는 돈에 집중하는 엄마에게 정이 없다며 질려버렸고, 엄마는 자신은 물론 다른 가족에 대한 배려심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아빠에게 질려버렸다. 그러나 부모님은 한 번도 이 문제를 가지고 제대로 이야기 해 본 적이 없다. 아마도 거대하고도 날카로운 진실 앞에 서기 두려워하는 탓일 것이다. 내가 중재자가 되기엔 너무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전문 상담사가 필요하다. 아니면 차라리 서로에게 편지라도 써야했다.

 

아빠가 없는 집에서 엄마는, 노후에 아빠와 함께 할 계획이 없다고 얘기했다. 난 공감했다. 아빠도 필히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테니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이윽고 엄마는, 이제 막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을 배운 아빠와 엄마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을 들려주었다. 엄마가 이혼하자고 했다. 아빠의 답은 이랬다 - 세라도 성호도 이제 어른이 되었다. 때문에 나는 이제 날개를 달았다. 쓰레기 같은 년.

 

성인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아이들은 마음대로 술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릴 것이고, 어떤 아이들은 더이상 교복을 입지 않아도 됨을 떠올릴 것이다. 난 어땠냐고? 부모님이 이혼해도, 제3자로부터 '아버지와 어머니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떠올렸다. 그 자유는 거의 희열에 가까운 것이었다.

 

난 어제, 내가 몇 년 동안 생각해온 말을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꺼냈다 - 엄마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세 번. 자식이 있다고 해서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 내 목소리는 너무 건조했다. 건조하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성대에 눈물을 머금지 않았다는 것이다. 충격적인 사건을 여러 번 생각하게 되면 무뎌진다. 때문에 두려운 것은 없었다.

 

자리에 누웠다. 근 몇 달간 난 무서운 것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한 가족의 파괴를 무덤덤하게 얘기하는 내가 두려워졌다. 그리고 내 머리 속 언저리에 스쳐간 것은, 11시 반 경에 받았던 엄마의 목소리가 그렇게 힘이 없었던 것은 엄마가 자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맞아서 울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

 

 

의지할만한 남자를 찾는 대신 난 김영하의 소설을 택했다. 김동인, 김동리 이후로 좋아하는 소설가 세 번째 등재. 그의 소설은 하나하나가 자극적이다. 여자, 담배, 차, 총, 살인, 그리고 엘리베이터. 뭔가에 빠져버린 인간들이 등장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충격을 맛보려고 소설책을 드는 것 같다. 하지만 난 무언가에 빠져버릴 수 없는 고통을 지닌 동족을 만난 기쁨을 느끼며 소설을 읽는다. 처음엔 날 선 몇몇 문장에 열광했던 내가, 그래서 지금은 스토리를 따라간다.

 

국어교육과 교수들은 이상하다. 2명이나 나에게 똑같은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들은 내 눈빛을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사디스트라도 되는 양 학점은 항상 미소의 횟수와 반비례다. 그들이 왜 웃는지는 모르겠다. 오늘은 이렇게 슬픈 일이 있던 나에게 머리를 툭 치며 프린트를 안 가져왔다며 시비를 걸었다. 내가 대답하기 전에 옆의 언니가 말해주었다, "제가 안 가져온건데요."  그러니 교수는 표정의 변화 없이, 아니 정확히 말하면 건조한 표정으로 "미안"하고 돌아섰다. 눈물이 났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숨기고, 마음먹고 잘해보려 해도 욕을 먹는다. 그러나 학교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패배한 것이다. 안경을 썼지만 렌즈를 낀 양 인공눈물을 넣어 진짜 눈물도 같이 흘려버렸다. 그 때 교수는 또 내 머리를 쳤다.

 

그들은 재미없다. 김영하의 소설을 가르치지 않는다. 가르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화려한 언어로 치장한 그들은 그러나 내 눈에는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진실 앞에 서기 두려워하는 자들에 다름 아니다.

by 세라 | 2008/01/12 16:31 | about me.. | 트랙백 | 덧글(0)

重說

오늘은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5월 8일이 무슨 날인지 아시나요?
어버이날?
그렇기도 하지만,제 블로그가 태어난 날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흘러흘러 벌써 3년을 10일 남겨놓고 있군요.
그동안 이글루스에 웃음, 눈물 흔적 많이 남겼습니다.
이제는, 이글루스를 떠나려 합니다.

이유를 물으신다면?

1. 이글루스 선택은 타의였다
2004년에 저는 고등학생이었지요. 친구가 이글루스에 블로그를 차려놓은 것을 보고 저도 블로그를 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몇 군데 돌아보다가 결국 이글루스로 결정,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항상 시작이 엇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좀 더 선택권이 넓었다면? 그 친구에 대한 괜한 경쟁심이 없었다면? 그때처럼 '당연하게' 이글루스로 시작했을지 의문입니다.

2. 어긋난 검색어
이글루스의 폐쇄성 때문에 저는 다른 검색 엔진에도 제 블로그가 검색 결과에 뜨게 해놓았습니다. 그걸 바꿀 생각은 없구요, 통계 기능에서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로 들어오는지 알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높아봤자 20 전후반인 하루 방문자 수가 급속하게 늘더군요. 왜 그런지는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얼마 전에 받았으나 곧 지웠던 야동 바톤 때문에 조회 수가 늘었던 것입니다. 대부분이 외부 검색을 통해 들어온 사람들이구요. 애초부터 이런 것을 의도하여 바톤을 받은 것도 아니었으며, 글이 지워진 지금 사람들에게 더이상 '삭제된 포스트입니다'류의 낚시질을 하기는 싫습니다. 때문에 제 블로그의 본 특성이 오해 받는 것도 싫구요.

3. 인간 관계의 새출발


이글루스를 통해 많은 분들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분들이 다 좋았던 것은 아닙니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클 때가 많았습니다. 그 분들 자체와는 상관 없이, 스스로 피해 의식을 느낄 때도 있었구요. 이제는 새로운 선상에서 다시 출발하고 싶습니다.

4. 오프라인으로 아는 사람의 개입
고등학교 친구 등을 비롯, 오프라인으로 아는 사람들이 제 블로그를 너무 많이 알아버렸습니다. 늘어난 조회수에는 흔적 남기지 않는 그들이 오가는 증거일 수도 있지요. 학교 주요 프로젝트를 포스팅 거리로 삼게 되면서, 그것이 검색 결과에 뜨자 들어오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는 현실 도피 공간, 쉼터로서의 의미가 없어진 것일테지요.

5. 타인의 이름
블로그 생성 시 나이 제한 때문에 엄마의 이름을 빌려 썼습니다. 모르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확인해보니 그렇더군요.

6.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
항상 이글루스에 글을 쓰면서, 그리고 지금도 '이 글은 쓰레기다'라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산문을 표방하지만 시적 미학을 추구했던 것일테지요. 블로그가 또 하나의 구속 공간이 된 것입니다. 과거의 전력이 있기에 중후한 컨셉의 제 이글루스 블로그 특색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아예 블로그를 없앨까 생각도 해 보았으나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이곳 저곳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고(이글루스도 후보자입니다만, 다시 돌아올 확률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새로운 곳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완성 되었습니다.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은 분께는 따로 주소를 알리는 방법을 취하겠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는 좀 더 자유로운 세상으로 가겠습니다.

by 세라 | 2007/04/28 15:48

환생 계획

마비노기 시뮬레이터 및 뷰티살롱 되는 곳을 오랫동안 찾아다녔다. 집에서는 전자의 경우 알 수 없는 게시자, 후자의 경우 인터넷이 멈춰버리는 사태가 발생하였기에. 찾다 찾다 결국 창피함을 무릅쓰고 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돌렸다. 그래도 되는 것이 어디랴! XP의 쓸데없는 철저함을 느끼며 이번 환생 계획을 짜 나갔다.

감동의 레벨 40을 찍는 순간이다. 사나운 검은꼬리몽구스와 얼마나 싸웠더냐!
후반에는 하루에 레벨 1을 올리는 기염(내 입장에선 말이지)을 토했다.

장군이에게 이런 스타일로 입혀주려고 했으나
결국 큰 챙 깃털 모자 드래곤 블레이드를 포기하고 환생하게 되었다.



처음엔 이런 스타일을 원했다. 여기에 리레+리블 검교 숏타입.
그러나 리레 시세가 장난이 아님을 깨닫고 일찌감치 포기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저 스타일로 환생할 듯 싶다.

가장 오랜 기간동안 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요 놈.
키만 크지 않는다면야 반드시 해보고 싶다.
여기에 남색+리블 자부신선 로브
(던바튼 3채 유명한 그 분의 영향 때문이 아닌지 생각해본다).
어떤 사람이 똑같은 색상의 옷을 35만에 파는 건 봤는데,
폭자 발린 리블+리화 꼭베 구하는 돈도 만만찮았다.
무엇보다도 현존하는 여성템(그레이스 헬멧, 리넨 퀴라스)을
처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이런 귀여운 캐릭터도 발견했는데
핑크 지염이 또 그렇게 비싸더라.
그래서 포기.

그런데 들려오던 반가운 소식은, 우리 과에서 내가 예뻐하는 남자 후배가
마비노기를 시작했다
는 것이다.
그래서 정했다.
"환생은 여캐다!! 그것도 여성미가 철철 넘치는 걸로!"

별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데, 무심코 돌아다니던 던바튼 서쪽 개인 상점에서
온통 연핑크 계열의 여검교 롱타입을 파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20만에.
현재 가지고 있는 돈은 22만.
돈주머니 사들고 가서 구입해 버렸다.

그런데 문제는 옷에 맞는 캐릭터를 선정하는 일이었다.
시뮬레이터와 뷰티살롱이 되질 않기에
캐릭터를 정하는 것은
언제나 캐릭터 생성 화면에서의 머릿 속 자동 조합이었다.
그러던 도중, 그 분을 만난 것이다!

이 분이야 검교 숏타입-연하늘이지만, 정말 예쁘다고 생각했다.
실버블론드는 늙어보인다는 한 학우의 의견에 고민도 했지만,
 이 분이 남기고 간 어택은 너무 컸다.
(허락없이 찍어서 죄송해요)

코스프레를 해 보았다. 저 중에 있는 것은 옷 뿐.
수가 털토도 가격을 알아보니 장난이 아니더라.
 연핑크 니하이는 또 언제 산담.
 

대신 무심코 사버린 저 꼭베는 있다(생각보다 잘 어울려 다행이다).
테두리 부분만 리화 지염을 바르면 될 것 같다.

아무튼 그녀는,

오늘도 던바튼에 떳다(!!)


(설산용, 무희용 제발 팔렸으면..)

by 세라 | 2007/04/20 12:52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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